쿼드사피엔스로 가는 길[Episode 10] 인간과 세상을 보는 4뇌 지도
[Episode 10] 인간과 세상을 보는 4뇌 지도
출간 D-38 ─ 최소 단위 4로 복잡계를 다루는 법칙
모든 의문을 끊을 화두 하나
먼저, 질문 하나를 화두로 던진다.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씨앗이 먼저인가, 나무가 먼저인가?“
"봄이 먼저인가, 겨울이 먼저인가?“
누구나 한 번쯤 붙들어 본 물음이다. 그러나 대개는 답 없는 말장난으로 흘려보낸다. 이 화두를 끝까지 꿰뚫으면, 모든 의문이 걷히고 존재의 비밀이 열린다.
근본의 자리에서 답하면, 이것이다.
"모든 것이 동시에 있다.“
알과 닭, 씨앗과 나무, 봄과 겨울은 따로 떨어진 둘이 아니라, 동시에 존재한다. 이 답에 반론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알 속에는 이미 닭의 잠재력이 잠들어 있고, 닭 속에는 이미 알이 품어져 있다. 씨앗과 나무도 마찬가지다. 작은 씨앗 하나에 뿌리와 줄기, 잎과 꽃과 열매가 통째로 접혀 있고, 그 나무는 다시 무수한 씨앗을 품는다. 봄 속에 겨울이 잠재해 있고, 겨울 속에 봄이 도사린다.
지금이 여름이라면, 다만 여름의 기운이 우세하게 펼쳐지고 있을 뿐이다. 이 여름 안에는 서늘한 가을이 이미 배어 있고, 찬 겨울의 기운이 웅크리고 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특정한 기운이 앞으로 나설 뿐, 그 모든 것은 언제나 하나로 존재한다.
이것이 '동시 내재와 우세 교대'의 이치다. 만물은 서로를 품은 채 동시에 존재하되(동시 내재), 때에 따라 하나가 우세하게 드러난다(우세 교대). 알과 닭의 순서를 묻는 물음이 부질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먼저와 나중을 가르는 직선의 시간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품고 도는 순환 위에 있기 때문이다.
최소 단위 4로 복잡계를 다루는 법칙
사실 계절은 넷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과 여름 사이에도, 여름과 가을 사이에도 무수한 결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계절은 무한히 나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계절로 나눈다. 넷으로 가를 때, 복잡한 현상계가 비로소 손에 잡히기 때문이다.
4는, 복잡한 혼돈을 정렬하는 인식의 운영체제다.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거친 정보의 폭우 속에 산다. 세상을 꿸 인식의 틀이 없으면, 무수한 현상이 그저 잡음으로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인식의 틀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렌즈인 동시에, 내 안의 충돌을 정리하는 운영체제다. 운영체제가 없으면 앱(지식)만 끝없이 깔리다가, 끝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정보는 넘치는데 지혜는 마르고, 아는 것은 많은데 삶은 갈피를 잃는 오늘의 풍경이 그렇다.
아무리 복잡한 현상계라도, 단순한 규칙으로 이해되고 풀린다. 이것이 복잡계 과학의 통찰이다. 프랙탈(fractal) 구조에 따르면, 아무리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라도 단순한 형태의 되풀이일 뿐이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고사리 잎을 보라. 커다란 잎 하나는 작은 잎들로 이루어지고, 그 작은 잎은 다시 더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다. 부분이 전체를 그대로 닮았다. 나무도 그렇다. 굵은 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가지에서 잔가지가 갈라지는 같은 규칙이 되풀이되어 한 그루가 완성된다. 눈송이, 번개, 해안선, 강줄기, 우리 몸의 혈관과 기관지까지—자연은 하나의 단순한 규칙을 되풀이해 무한한 복잡함을 빚어낸다.
오히려 단순한 규칙일수록, 더 많은 것을 품고 전체를 설명한다. 노자는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다(天網恢恢 疏而不失)"고 했다. 그물코가 넓고 성글수록, 도리어 만물을 빠짐없이 꿴다는 뜻이다. 규칙이 복잡하면 무언가 대단해 보이지만, 오히려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채 허상을 만들어 삼천포로 빠지기 쉽다.
4뇌 지도는, 바로 이 성긴 그물이다. 단 네 코로 인간과 세상을 꿴다.
인간과 세계를 조망하는 4뇌의 입체 구조
4뇌 지도가 여느 인식의 틀과 다른 점은, 분명하다. 머릿속에서 짜낸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인간 몸의 구체적 구조에서 첫발을 뗀다는 점이다.
인간의 몸은, 이미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골반강(성뇌), 복강(복뇌), 흉강(심뇌), 뇌강(두뇌). 누군가 손가락으로 임의로 그은 경계가 아니다. 자연이 수백만 년의 진화 속에서 손수 빚어낸 해부학적 구조다.
지도의 뿌리가 '인체'라는 보편의 흙에 단단히 박혀 있기에, 이 지도는 문화의 색안경이나 개인적 성향의 그늘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지도와 영토는 다르다고 하지만, 실제 영토인 인체의 구조를 그대로 비추는 지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토를 왜곡 없이 비추는 지도야말로, 항해자를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로 이끈다.
인간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길은 무엇인가. 《4뇌학》은 인간을 '한 집에 네 개의 방이 있는 존재'로 본다. 인체를 수직으로 들여다보면, 골반강·복강·흉강·뇌강이라는 네 칸의 방으로 나뉜다. 각 방에는 서로 다른 신경 중추와 기능이 자리 잡고 있다.
골반강은 성뇌의 방. 생식과 근원적 생명 에너지의 층위다. 집으로 치면 가장 깊은 곳의 우물이자 발전소다.
복강은 복뇌의 방. 생존과 몸의 느낌이 깃든 층위다. 양식을 갈무리하고 살림을 꾸리는 곳간이다.
흉강은 심뇌의 방. 감정과 관계가 숨 쉬는 층위다. 온기가 도는 거실이자, 사람이 모이는 마루다.
뇌강은 두뇌의 방. 인식과 언어와 논리가 펼쳐지는 층위다. 집 전체를 내다보는 가장 높은 망루다.
인간을 육체(음)와 정신(양)의 두 조각으로만 보는 이분법은, 너무 거칠다. 살아 있는 다양성을 손에 쥐지 못한다. 성과 몸, 감정과 정신의 네 요소로 나누어 저마다의 갈증과 채움의 방식을 구분할 때, 비로소 보인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움직이는가', '이 관계에서 왜 부딪힘이 일어나는가'의 입체가 떠오른다.
한 사람은, 현실 속에서 이 네 양상이 서로 얽히고 풀리며 펼쳐진다. 다양성 속의 한 통일체다. 《4뇌학》은 일원론의 깊은 실상과 다원론의 다양한 현상을, 한 그릇에 담아낸 전일적 체계다. 사계절의 현실적 흐름을 낱낱이 보면서도, 근본에서는 사계절이 언제나 함께 있음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천인감응의 원리와 4원소의 상응
4뇌 체계는, 인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천인감응(天人感應)의 상응 법칙을 따라, 이 네 층위는 자연과 우주의 사원(四元) 구조와 한 줄로 이어진다. 소우주인 인간과 대우주가 같은 무늬를 나눠 가진다는 이치다. 4뇌는 차례로 수(水)·지(地)·화(火)·풍(風)의 4대(四大)와, 놀랍도록 한 몸으로 맞물린다.
성뇌 — 수(水): 만물의 어머니인 물. 끊임없이 흐르는 생명력이자, 아직 깨어나지 않은 창조 에너지의 잠든 수면이다.
복뇌 — 지(地): 발밑의 단단한 대지. 생존을 떠받치는 구체적인 힘이며, 영양을 빨아들이는 흙이다.
심뇌 — 화(火): 뜨겁게 타올라 사방으로 번지는 불꽃.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데우는 온기이자 정서의 교감이다.
두뇌 — 풍(風): 공기처럼 자유로이 흐르는, 보이지 않는 정보의 바람. 지적 설계와 언어가 깃든 자리다.
물이 아래에 고여 만물을 기르고, 흙이 그 위에 터를 이루며, 불이 타올라 온기를 퍼뜨리고, 바람이 가장 높은 곳에서 자유로이 흐른다. 성뇌에서 두뇌로 오르는 4뇌의 층위가, 수·지·화·풍의 자연 질서와 그대로 포개진다.
이 4원소론은, 동서양에서 각자 따로 피어난 보편의 지혜다.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기원전 5세기)는 만물이 지·수·화·풍 네 뿌리의 결합과 분리로 생멸한다고 풀었다. 인도의 베다(Veda, 기원전 1500~1000년) 전통과 불교 사상은 몸과 물질을 이루는 4대(四大)를 짚었다. 표현의 결은 달라도, 본질은 한 자리에 닿아 있다.
인간의 기질을 넷으로 나눈 통찰도 면면히 이어졌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네 체액으로 기질을 다혈질·점액질·담즙질·우울질로 갈랐고, 칼 융(Carl Jung)은 마음의 네 기능을 사고·감정·감각·직관으로 나눴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MBTI 또한, 융의 이 4기능에서 자라난 가지다. 모두가 '4원 인간학'이라는 한 강줄기에서 흘러내린 물길이다.
인간을 네 층위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체의 해부학이라는 단단한 흙에 뿌리내린 필연의 통찰이다. 그리고 이 틀은 더 멀리 뻗는다. 동서남북 4방위와 사계절로, 생명을 적는 DNA의 네 염기(A·T·G·C)로, 우리가 사는 시공간의 4차원으로, 우주를 지탱하는 네 가지 기본 힘(중력·전자기력·강력·약력)으로. 자연이 곳곳에 새겨 놓은 4의 무늬는, 끝이 없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법칙을 한 그릇에
《4뇌학》의 남다른 점은, 인체의 4뇌와 심리, 자연, 문명, 우주를 모두 하나로 묶었다는 데 있다. 동서양에 흩어져 있던 기존의 4원 체계를, 죽은 분류표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체계로 되살린 것이다. 나아가 '4뇌한빛(4뇌1광)'의 개념으로, 눈에 보이는 네 층위 너머의 보이지 않는 법칙과 질서까지 담았다.
네 뇌는 따로 떨어진 넷이 아니라, 하나의 근원적 빛(본광)에서 갈라져 나온 한 몸이다. 물이 얼음이 되고 다시 수증기가 되듯, 네 층위는 밀도만 다를 뿐 본래 하나의 흐름이다. 눈에 보이는 다양성(다원론)과 그 밑바닥의 하나 됨(일원론)을, 4뇌 지도는 한 그릇에 담는다.
음과 양,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법칙. 이 양면을 균형 있게 담고 부릴 때, 비로소 참된 통합사상이자 삶의 실천 지침이 된다. 4뇌 지도는 그렇게, 정보의 폭우 속을 헤매는 현대인에게 세상과 나를 한눈에 꿰는 성긴 그물 한 장을 건넨다.
4뇌 통하세요.
이여명 합장.
*** 나는 어떤 인간형인가 : 4 뇌 인간형 진단과 4 뇌 발전 진단 ***
▶https://taoworld.me/bbs/board.php?bo_table=data_brain&wr_i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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