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노래 > 이여명의 힐링편지 (텍스트)

중용의 노래

이 세상 모든 일은 중용이 으뜸이거니, 믿고 살아 왔네.
그러나 이상 야릇하기도 하여라.
이 ‘중용,'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네.
무슨 일이고 중용을 택하면 당황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기 그지 없네.

하늘과 땅 사이는 넓디넓은 것.
도시와 시골 사이에 살며
산과 냇물 사이에 농토을 갖네.
알맞게 지식을 얻고 알맞게 주인되어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놀며
일가끼리도 알맞게 대하네.

집은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너무 초라하지도 않으며
가꾼 것도 절반이요 가꾸지 않음도 절반일세.
입은 옷은 낡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생판 새 것도 아닐세.
좋은 음식도 알맞게 먹으며
하인들은 바보와 꾀보의 중간쯤이고,
아내의 머리도 알맞을 정도로 영리하네.

그러고 보면 이 내 몸은 반은 부처요 반은 노자(老子)라고 할 만하네.
이 몸 절반은 하늘로 돌아가고,
나머지 절반은 이승에 물려주니,
자식 생각도 잊지는 않지만
죽으면 염라대왕에게 해야 할 말,
이럴까저럴까 궁리도 절반.

술도 알맞게 절반쯤 취하며
꽃도 반쯤 볼품 있는 것이 으뜸일세.
돛도 반쯤 올린 배가 가장 안전하도다.
말고삐도 절반쯤 느슨하고 절반쯤은 단단히 매며
보물이 너무 많아도 걱정이 잦고,
너무 가난하면 모든 일이 둔해지는 것도 세상 이치일세.

인생은 쓰고도 단 것임을 깨닫고 보면,
그 절반 맛이 가장 영리하다.

- 이밀(李密, 중국 명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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