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붓다
길가고 있는 이에게 나물을 팔고 있던 시장의 아낙이 물었다.
위대한 이여, 숭고한 덕과 초월의 신성을 구현한 이여,
어떻게 세속의 굴레와 때를 벗고 순수한 영혼으로 거듭나 신성의 빛으로 빛날 수 있나이까?
나더러 숭고하다 하지 말라. 참으로 숭고한 이는 자신이 숭고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사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인 것을 …
초월이나 특별난 것을 꿈꾸는 것은 크나큰 욕망의 또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 위대한 이는 작은 것에서 큰 기쁨을 누리고 큰 의미를 찾는다.
그들에게는 고통조차 삶의 소중한 일부가 된다.
그들은 기쁨을 즐거이 누리듯 고통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혹독한 고통이라 할지라도 일단 익숙해지면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통행증이 되는 것을!
특별나고 신기한 체험이란 신경세포의 신비로운 불꽃놀이…
축제가 끝나고 홀로 집에 고요히 있을 때 또다시 공허와 혼란이 밀려들곤 하지.
끝내 실망을 안겨주는 축제에 지치면 그는 이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내 집이야 말로 진정한 안식이요 평화다.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순간이 모두 축제다!
“저 들에 핀 한송이 흰 백합화를 보라. 솔로몬의 영화보다 더욱 화려하구나!”
삶은 단순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단순한 것들을 누리는 이들이 참으로 위대하다.
난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머나먼 길을 돌아왔다.
나는 아둔한 자일 뿐, 위대하지는 못하다. 다만 끈질긴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추구했을 뿐…
나는 오늘의 양식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대,
시장의 아낙을 존경한다.
그대는 남을 속이지도 않고 큰 부귀나 영화도 좇지 않는다.
미래의 안위를 위해 많은 돈을 저축하려 안달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대와 그대 가족의 하루하루 소박한 양식을 위해 땀흘려 일할 뿐.
대지의 양식을 필요한 이들에게 즐거이 공급해주고
그것을 통해 필요한 양식을 얻는 그 속에서 기쁨과 평화를 얻는다면
그대가 바로 붓다가 아니겠는가?
나는 시장의 붓다, 세속에 있으면서 초월한 자를 참으로 존경한다.
아니 초월이란 단어조차 모르면서도
삶에 초연하고 일상 속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자를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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