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에 대하여
이때 시장 한구석 포장마차에서 홀로 외로움을 삼키며
술잔을 하염없이 기울이고 있던 사내가 말했다.
난 그 말씀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소이다.
그 말씀은 관념의 유희… 삶에 무슨 의미와 낙이 있단 말이요.
삶은 단지 고통을 조금 더 덜고자 하는 몸부림일 뿐,
진정 무슨 즐거움이 있단 말이요.
또한 이 땅의 모든 존재는 변해가고 언젠가는 사라지는 먼지에 지나지 않을 뿐,
거기에 어떤 의미와 영원은 없소. 영원한 것이 없기에 생명은 허무할 따름이요.
이 우주상에 영원한 것이 있다면 내게 깨우침을 주시오.
그대 내 말을 깨어있는 의식 속에서 잘 들으라.
“나는 끝이 없고 영원히 무한합니다.”라고 외칠 수 있을 때까지…
그대처럼 아름다운 꿈 속에서 그의 세월을 보내지 못하는 자는
그 세월의 노예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하지.
“당신과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는 무한한 바다의, 무한한 해변에 널린 모래 한 알에 불과하다.” 고
하지만 난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 무한한 바다요, 온 세계는 나의 해변에 펼쳐진 작은 모래알들에 불과하다”고.
그대 지금 눈을 뜬다면 이 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순간은 바로 영원하다.
과거의 관념을 잊어버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는 아예 갖지 말라.
오직 이 순간 속으로 들어가라. 이 순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무한한 공간이 펼쳐지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영원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치 하늘로 향한 망원경을 들여다 보면 멀고 아득한 공간이 펼쳐지는 것처럼…
내게서 떠나지 말라고 외치는 과거의 집에 머무르지 말며
이리와서 나를 맛봐요 라며 유혹하는 미래의 길도 따르지 말라.
오직 이 순간을 살라. 결코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이 순간만이 영원하다.
이 순간만이 그대 존재에게 참다운 의미와 기쁨을 선사한다.
그외의 것은 모두 속임수, 달콤한 신기루일 뿐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만끽하고 즐겨라.
그대 지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 술의 쓴맛, 단맛만을 음미하라.
알코올이 어디로 퍼져 나가고 있으며, 그 야릇한 취기의 느낌은 또 어떠한가.
오직 그대가 들이키고 있는 술잔 속에서만 영원이 깃들게 하라.
그대가 어떠한 관념과 기대 없이 이 순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여기에 존재할 수 있다면 순간순간 새로움,
창조적인 기쁨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 새로움의 연속이야말로 참다운 영원이다.
영속하는 생명의 창조적인 과정을 맛보는 순간,
그대의 생명 또한 영원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대는 영원의 바다에서 춤추고 있는 파도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원히 걷고 있다. 이 해변, 모래와 거품 사이로.
밀물이 내 발자국을 지우고 바람은 거품을 날려 보내겠지만,
영원히 남으리, 바다와 해변은!”
넘쳐흐르는 감미로운 노래를 들은듯
고뇌에 찬 그 사내의 얼굴은 이내 화사한 꽃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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