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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과학적 기공학 정립을 위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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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과학적 기공학 정립을 위한 모색

 
1. 기공과 도교
기공의 용어는 비교적 현대에 이르러 생겨나고 널리 쓰이게 되었지만, 기공 수련은 도교 수행론의 요체로 상고 시대로부터 실천되어 왔다.

신선술(神仙術), 방술(方術)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계열은 후에 선도(仙道), 내단술(內丹術), 단학(丹學) 등으로 발전했다. 체조법 계열의 건강법은 도인법(導引法) 또는 도인안교(導引按蹻)라 했고, 호흡법 계열은 토납법(吐納法), 조식법(調息法), 복기법(服氣法), 태식법(胎息法), 단전호흡법(丹田呼吸法) 등으로 불렀다. 명상법이나 정신집중법 계열은 정좌법(靜坐法), 양신법(養神法), 좌망(坐忘), 좌선(坐禪) 등으로 불렀다.
현대 기공은 도교의 비의적인 양생술이 대중화된 것이므로, 기공의 체계를 그려봄으로써 수련의 중요한 한 분야로서 현대 도교의 참된 부활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기공의 종류

 기공에는 실로 다양한 방법과 유파가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기공이 끊임없이 고안되고 있다. 기공을 분류하는 데는 여러 방식이 있으나, 크게 무술기공인 경공(硬功)과 의료보건기공인 연공(軟功)으로 분류한다.

먼저 硬功(硬氣功)은 무술적 방식의 단련을 통해 강화된 기력의 운용으로 신체의 어느 한 부위, 또는 한 부위의 근육과 골격이 초인적인 내수력, 파괴력, 순발력 등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경공은 다시 그 단련법에 따라 강공(剛功), 유공(柔功), 경공(輕功)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초인적 신체 능력이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한다는 데 쓸모가 있다. 중국의 기공이라 하면 아주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경공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단연코 의료보건 기공인 연공(軟功)이다. 또한 연공은 보건을 위해 스스로 하는 보건가공(자기운기법)과 타인의 치유를 위해 해주는 의료기공(외기방사법)으로 대별된다.

체내를 운행하는 기를 內氣라 하고 기공사가 내보내는 기를 外氣라 부른다. 숙달된 기공사는 체외로 기를 방사할 수 있으며, 이 외기는 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아픈 곳에 방사를 받은 환자는 환자의 內氣가 되어 산(酸), 마(痲), 장, 냉(冷), 열(熱), 중압(重壓) 등의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 감각은 침구 시술시 느끼는 득기감(得氣感)과 거의 같다. 이런 의료기공에는 기공사가 환자의 몸에 손을 대지 않고 자신의 기를 발방하는 것만으로 병을 치료하는 외기요법(外氣療法)과 경락, 안마, 정체 등 환자의 몸에 손을 대고 직접적으로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치료하는 수기요법(手氣療法)도 포함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공이라 하면 대부분 보건기공인 자기운기법을 가르킨다. 자기운기법에는 크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 정공(靜功), 몸을 움직이는 유의동공(有意動功),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여지는 무의동공(無意動功, 자발동공)의 세 개로 나눈다.

정공이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기공이다. 대표적인 것은 정좌공인데 신체 내부를 단련한다고 해서 내공(內攻)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좌시 깊고 완만한 호흡과 의념을 통해 몸의 내부를 동의 상태에 있게 한다. 기공은 근본적으로 동과 정,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동중정, 정중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동공에는 그 자세에 따라 와식, 좌식, 입식, 보행공 등이 있다.

유의동공은 말 그대로 몸을 움직이는 기공이다. 와식, 좌식, 입식의 자세에서 손발을 움직인다. 일정한 호흡법과 의념의 작용이 동반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태극권은 보행공의 일종으로 손발뿐만 아니라 몸을 전후좌우로 움직이기도 한다.
실제는 정공은 좌선이나 명상 같기도 하고, 저 유연하고 우아한 동공을 보고 있노라면 체조라기보다는 무용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무의동공은 몸이 자아의 제어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는 것으로 자발공(自發功)이라고도 한다. 기의 움직임이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내동(內動)에 머무르지 않고 몸의 외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것이 기의 외동(外動)이다. 보통 무의동공은 외동과 내동을 동반하는 기공으로, 학상장(1980년대 말 조금향이 창안)과 참장기공, 자발오금희동공 등이 대표적인 무의동공이다. 무의동공에 대한 평가는 주화(走火, 이상반응이나 부작용)라고 단언하는 것에서부터 기공의 깊은 경지라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초국서의 주장대로 연공자가 자신의 몸에 대한 제어력을 완전히 방기하지 않은 한, 위험이나 부작용보다는 그 효용이 크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기공의 연공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기공 공법을 수련하는 것을 연공이라 하는데, 연공에는 세 가지 기본요소가 있다. 그 하나는 자세와 동작을 바로 하는 조신(調身)이요, 그 둘은 호흡을 조절하는 조식(調息)이요, 그 셋은 의념을 가다듬는 조심(調心)이다.

비록 유파와 공법에 따라 형식면이나 이론면에서 다소간의 차이점이 있지만, 기공 연공의 원리를 따져본다면 결국은 이 세가지 요소가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연공에는 세 요소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것을 기공에서는 形氣意의 합일, 또는 意氣刑의 합일이라고 한다. 세 요소중 어느 요소를 더욱 중요시 하느냐가 공법의 특색을 나타내지만, 그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게 되면 올바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3. 기공의 원류

 
기공은 최근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기공은 전래의 체조법과 호흡조절법, 의식훈련법을 한데 묶은 가장 오래된 건강법이다. 그 내용은 실로 수천년 동안의 여러 이론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으며, 도교나 도교, 중국 의학의 행보와도 밀착되어 있다. 즉 기공이란 올바르게 숨쉬기 위한 행기법(行氣法) 또는 토납법(吐納法) 등으로 대표되는 각종 호흡 양생법, 올바르게 움직이기 위한 도인법(導引法), 올바르게 먹기 위한 벽곡법(辟穀法)과 식이법(食餌法), 올바른 생식행위를 위한 방중술(房中術), 정신 수양을 위한 정좌법(靜坐法), 양신법(養神法) 등, 고대 이래의 양생법을 총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도가 양생법은 도가학파의 대표적 인물인 노자(BC 6세기)와 장자((BC 4세기)를 시조로 삼고 있으나, 그 원류는 상고 시대의 신선 사상에 뿌리박고 있다. 노자와 장자가 도가 양생법의 기본 사상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에 도가 기공의 핵심이 된 내단술(內丹術)은 신선술 내지 방술의 발전된 방식임을 부정할 수 없다.

먼저 호흡법은 예로부터 양생법으로 중요시해왔다. 호흡법에 관한 최고(最古)의 문헌으로는 전국시대 초기(BC 약 380년)의 <<행기옥패명(行氣玉佩銘)>>이 있다. <<노자>> 제6장에 “현빈의 문, 이것을 천지의 뿌리라고 한다. 겨우겨우 이어지는 듯 하면서도 쓰는 데 힘들이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현빈을 생식의 신비로 보지 않고, 입과 코에 의한 호흡법으로 해석한 것이 하상공(河上功)의 주인데, 이 해석은 그 후에도 양생가들 사이에 전해져 왔다. 그것은 명대 손사막의 <<천금요방>> 권 27 <조기법>의 할주(割注)나 <윤진인복원기술(尹眞人復元氣術)> 등에 보인다.

<< 포박자>>에 네 개의 용례가 보이는 반청(反聽)도 자기 체내의 소리없는 호흡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리라. 도교의 이상적인 호흡은 태식인데, <<포박자>>에서는 모태내의 태아처럼 입과 코를 쓰지 않고 태내의 내기를 호흡하는 방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태식은 실제로 외기를 들이마시지 않는다기 보다 호흡시 의념을 많이 쓰는 것과 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장자>><대종사>편에서 말하는 “진인은 발꿈치로 숨을 쉬고 중인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라는 구절도, 의(意, 의념)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해애야 할 것이다. 즉, 발꿈치까지 의식을 끌어내려 마치 거기에 입과 코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호흡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기공에서 의(意)는 오랜 내력을 지니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이제 현대 기공의 상투어가 된 ‘이의영기(以意領氣)’나 ‘의도기도(意到氣到)’의 연원을 추적해보자. ‘의로서 기를 이끄는’ 법이 양생법으로서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황정경>>에서부터일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도학자 앙리 마스페로는 이 경전을 인용하면서 “행기는 내관을 통해 이루어진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때의 내관은 의수법과 거의 같은 의미이다.

수대 소원방의 <<제병원후론>>은 도교의 양생법을 치료법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유명한 의서인데, 여기서도 의(思, 念, 想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의 운용을 자주 설파하고 있다. ‘풍고편(風偏枯)’의 치료 방법을 예로 든다면, “등을 곧게 펴고 양발가락 및 손가락을 편다. 마음을 닫고 머리 위에서 기를 끌어내려 이것이 발가락과 발바닥에 이르는 것을 상상한다”라고 나와 있다.
도교 문헌에 빈출하는 ‘존사(存思)’, ‘존상(存想)’, ‘내시(內視)’, ‘내조(內照)’, ‘내관(內觀)’ 등은 기공에서 말하는 의수법의 원류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들은 특히 상청파 도교에서 중시하는 단어들로, 내장에 살고 있는 신들을 하나하나 상상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상상 속에서 신들을 출현시키는 데 성공했을 때 그 신을 그가 살고 있는 장기에 머물게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장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태평경>>에는 화상을 걸어놓고 오장신을 존사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는데, <<포박자>>의 경우에는 오직 내시(內視)라는 말만 사용된다.

선후를 성급하게 결정할 수는 없지만, 체내신이 아닌 장기 그 자체를 존상하는 방법도 예로부터 행해지고 있었다. 이미 후한대 순열(荀悅)의 <<신감(申鑒)>><속혐(俗嫌)>편에 ‘역장내시(曆藏內視)’의 술이 등장한다. 손사막의 <<천금요방>>에서는 다음처럼 오장의 존상도 제창하고 있다. “항상 황제의 내시법을 배우고 존상, 사념하며 오장을 보기를 현경과 같이 하고 오색을 뚜렷이 분명하게 하여 그만두는 일이 없게 하라.”(<<천금요방>>, 권27)

송대까지의 각종 존상법에 관해서는 <<운급칠첨>> 권42~44의 ‘존사’장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체내에서 신들이 모습을 감추고 즉물적으로 장기 쪽으로 중심이 옮겨진 것 같다. 장기의 존상뿐만 아니라 이미 <<천태소지관>>에는 오늘의 의수단전(意守丹田)이나 의수용천(意守龍泉)과 유사한 건강법이 있고, 또 송대의 의서 <<성제총록(聖濟總錄)>>에는 ‘내시단전’이라는 말이 보인다.
이제 좀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앞에서 구분한 기공 분류법에 따라 몇 가지 기공법의 원류를 살펴보자.

우선 정공(靜功)을 살펴보면, 그 원류는 <<장자>><외물>편의 다음 구절이 가장 이른 예의 하나일 것이다. “고요히 하여(靜然, 黙) 병을 고쳐야 하고 지압 요법을 사용하여 늙음을 멈추게 해야 하며 호흡법(寧)으로써 마음이 두근거리고 고양되는 것을 그치게 해야 한다.” 한편 <<장자>><대종사>편의 ‘좌망’을 정좌공의 원류로 보는 설이 있다. 좌망이 신체적 동작을 수반했는지의 여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대 사마승정의 <<좌망론>>에는 정좌를 실천했음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있다. 이처럼 정공은 최소한 2천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제 동공(動功)에 대해 살펴보자. <마왕퇴도인도>에는 동공의 다채로운 자세들이 잘 소개되어 있으며, 또 남북조 시대의 의학자 도연명(456~536년)의 <<양성연명록>>에는 오늘날의 동공의 형태가 거의 정비되어 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동공의 하나는 팔단금이다. 송대 홍매의 <<이견지(夷堅志)>>에 “정화 7년(1117) 이사구는 기거랑(起居朗)이 되었는데, 그는 항상 밤에 기좌(起坐)하고 호흡안마하며 이른바 팔단금을 행했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기좌’라고 했으니 좌식 팔단금을 말하는 것이다. 남송대 증조(曾慥)의 <<도추(道樞)>>를 보면 팔단금을 행하는 방법과 목적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중 제2단에 있는 ‘활을 당기는 자세’를 오늘날의 팔단금의 원형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여러 시대를 거쳐 팔단금에 대한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오금희(五禽戱)도 그 역사가 길다. <망왕퇴도인도>에는 짐승의 움직임을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자세가 열 가지 정도 있다. <<장자>><각의>편에 ‘웅경조신(熊經鳥伸)’이라는 도인법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회남자>><정신훈(精神訓)>에서는 ‘웅경’, ‘조신’ 외에 ‘부욕(鳧浴)’, ‘원곽(蝯蠼)’, 치시(鴟視)‘, ’호고(虎顧)‘ 등이 첨가되어 도합 여섯 짐승으로 늘어나 있다. 그리고 <<포박자>>에 이르면 그 종류가 더욱 다채로워진다. 이처럼 다양한 짐승의 도인법을 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 등 다섯 가지 짐승의 자세와 몸놀림으로 패턴화한 것이 화타(2세기)의 오금희이다. 오금희의 고전적 시행방법은 <<양성연명록>>에 간단한 설명이 나와 있다.

의료기공(외기방사공)에도 오랜 역사가 있는데, 고서에서 말하는 ‘포기(布氣)’가 오늘날의 외기방사에 해당하는 용어이다. ‘포기(布氣)’의 오랜 용례는 <<노자하상공주(老子河上公註)>> 제25장에 보이는 ‘포기천지(布氣天地)’라는 구절이다. <<유진선생복내원기결(幼眞先生服內元炁訣)>>의 ‘포기결(布炁訣)’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결에 말하기를, 무릇 포기하여 사람을 위해 병을 고치고자 할 때는 먼저 환자의 오장 중 아픈 곳에 따라 그 방면의 기를 취하여 환자의 몸 안에 포입하고 환자로 하여금 그 쪽으로 향하게 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생각을 깨끗이 하게 한 후에 비로소 포기한다. 포기가 끝나면 기를 마시게 한다. 귀적(鬼賊)은 스스로 달아나고 사기(邪氣)는 영원히 없어진다.

다음은 무의동공인 자발공(自發攻)에 대해 잠깐 언급한다. 예전에는 몸이 자기조절을 떠나 멋대로 운동하는 것을 ‘도대신(跳大神)’이라고 불렀다. ‘도신(跳神)’은 <<홍루몽(紅樓夢)>> 제25회의 내용에 “그때 사람들 가운데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튀어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기도사를 불러 저주를 풀자고 했고 어떤 사람은 무당을 불러 신내림(跳神)을 하자고 주장했다”라고 하여 그 일단이 보인다. 여기서 도신은 샤먼의 신내림을 말하는데, 기공의 외동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무의지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은 같지만, 기공의 외동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운의 유통을 위한 동작들이지만 도신은 신통력의 발현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4. 현대 기공의 확립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공은 유구한 전통을 갖고 있지만, 비의적 양생술에서 대중의 건강법으로 발돋움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선 기공이란 표현은 진대(晉代)의 허손(許遜)의 <<정명종교록(淨明宗敎錄)>>에서 최초로 사용된 바 있었으나, 그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오늘날과 같은 기공이란 표현이 널리 유포된 것은 1957년 유귀진(劉貴珍, 1920~1983)이 <<기공요법실천(氣功療法實踐)>>이란 책을 출판한 이후이다. 유귀진은 1920년 하북성 위현 태생으로, 20대부터 위궤양을 비롯한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렸다가 기공을 통해 치유한 경험이 있다. 내양공(內養功)으로 불리는 그의 기공법은 명말청초 이래 하남성을 중심으로 민간에 전수되어 온 것으로, 그는 제6대 전수자에 해당한다. 내양공은 정공의 일종으로 와식과 좌식이 있으며, 특정한 호흡법과 의수단전을 행함으로써 대뇌에 휴식을 주는 한편 내장을 활성화시키는 기공이다.

유귀진은 내양공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기공요법을 과학적으로 정리, 체계화했을 뿐만 아니라 1947년부터 실천 활동에 관계했고 단산(1954년 개설)과 북대하(1956년 개설)의 기공요양원을 주재하며 환자를 치료하였다. 그가 시술한 환자의 호전율은 8할이 넘었다고 한다. 1957년 그가 펴낸 <<기공요법실천(氣功療法實踐)>>은 현대 기공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한 것으로서 여전히 기공의 고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56년부터 기공 열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1958년까지 약2년 동안 각지에 70여 개에 달하는 기공 의료시설이 우후죽순처럼 개설되었는데, 여기에는 여러 의학원(의과대학) 부속병원의 기공병실 및 각 지방의 기공요양원이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1957년에 설립된 상해 기공요양소는 상해 제일학원, 상해 고혈압연구소 등과 협조하여 방송공을 새로이 엮어냈으며, 이것은 특히 중추신경계통, 순환기계통, 호흡기계통의 각종 질병에 매우 유효한 공법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한편 중국 정부 체육위원화에서는 1956년에 태극권 각 유파의 양식을 통합, 정리하여 24식으로 표준화한 ‘간화태극권(簡化太極券)’을 제정했는데 이것은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서양 여러 나라에서까지 동양적 건강 체조로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1954년을 기점으로 10년 남짓 번성하던 기공은 1966년부터 10년 동안 계속된 문화대혁명 기간 중에 봉건 미신이니 무술이니 하는 눈흘김과 유형무형의 핍박을 감내해야 했다. 기공의 과학적 연구는 중단되었고, 이른바 기공사들은 몸을 움츠린 채 불안한 세월을 보냈다.

기공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된 것은 문화대혁명이 종말을 고한 1970년대 후반부터이다. 북경화학원의 화가 곽림(郭林, 1909~1984)의 극적인 등장은 그것에 박차를 가하였다. 곽림은 1949년 42세 때 자궁암에 걸려 몸에 여섯 번이나 메스를 대고도 실패하여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가 스스로 편찬한 기공에 의해 기적적으로 완치된 체험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그 기공을 ‘신기공요법(新氣功療法)’이라 명명하고 1970년대부터 사회로 진출하여 북경 천던공원 등에서 병자들을 상대로 이 신기공을 지도했다. 여사의 이 신기공요법은 텔레비전에도 방영되어 기공은 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평판이 만조처럼 사람들 사이에 퍼져 갔다.

1970년대 후반에는 또 하나의 큰 사건이 기공의 전파에 불을 지폈다. 1978년에 중국과학원 원자핵 연구소와 상해중의학원의 임후성(林厚省)이 합작하여 기공사의 손에서 방출되는 기(氣)를 현대 과학 계기인 특수한 센서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 해에 북경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같은 결괴를 얻었다고 한다. 상해 중의연구소의 임해(林海)의 보고에 따르면 기는 전자파, 정전기, 자기, 미립자의 흐름 등과 같은 정보로 기기에 수신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기공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불식하는 계기와 함께 1970년대말부터 시작된 중국의 개방정책에 힘입어 기공계도 백가제방(百家齊放), 백가쟁명(百家爭鳴)의 호기를 맞게 되었다. 그때까지 문외불출, 도는 미신, 무술의 딱지가 붙여질까 두려워서 세상에 공개되지 못하고 있던 유파의 ‘비법, 비술’들이 앞을 다투 듯 소개되는가 하면, 옛 공법들에 기초하여 새로운 공법을 엮어서 내놓는 일이 유행처럼 되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없이 많은 새로운 공법들이 발표되었으나 그 대부분이 정공이 아닌 동공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현재 중국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는 공법의 일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내양공, 강장공, 방송공을 비롯하여 각 유파의 참장공, 곽림의 신기공요법, 소림내경 기공 계통인 궐아수의 일지선공법(一指禪功法)과 황인충의 공경기공(空勁氣功), 태극권에서 따온 임후성의 태극기공십팔식, 수련자가 한때 천만명에 이르렀다는 조금향의 학상장기공(鶴翔樁氣功), 주천공 계통인 이소파의 진기운행법(眞氣運行法), 신기공요법과 같은 계열인 장명무의 기공자공요법(氣功自拱療法), 불가 계열인 유한문의 선밀공과 부위중의 아미임제기공, 도가 무술 계열인 배석영의 무당기공, 민간 공법 계열인 이지여의 태호기공과 양매군의 대안기공(大雁氣功), 양사풍의 자발오금희동공(自發五禽戱動功), 육자결호흡을 중심으로 하는 마예당의 양기공(養氣功), 해정법사의 소림육통기공(少林六通氣功), 엄신의 개지공(開智功), 그 밖에 각종 건미공과 회춘공 등 적어 나가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대강 훑어본 바와 같이 현재 중국 기공은 학문으로서의 기공학, 치료법으로서의 기공요법(의료기공), 건강법으로서의 대중적 유행공법 등이 모두 급속히 앞서 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민족으로서 일찍이 신선술의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대한 상론은 여기에서 생략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고유한 유산중의 하나인 기공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한 큰 벼리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기공의 신비적이고 기적적인 요소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일소해야 한다. 몇몇 특이공능자들이 기공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기공의 특이적 요소만을 과시하고 볼거리로 전락시켜 기공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다. 평범한 기공인들도 자신들조차도 겪어 보지 못한 기공의 신비적 요소를 떠벌리며 과시하는 경향은 기공을 마치 차력사들이나 흔히 말하는 사회와 동떨어진 도인들이나 하는 기이한 행위인양 만들어버렸다. 이런 병폐는 흥미거리만을 좇는 언론인들이나 방송들에 의해 더욱 가중되었다.

기공을 많은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시키려면 무엇보다도 기공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바로 잡아야 한다. 기공은 쉬운 것이며 심신 건강과 장생을 위해 보통 사람들이 행할수 있는 합리적인 체계임을 강조해야 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보통인들이 누구나 쉽게 행하고 느낄 수 있는 생활 기공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둘째, 기공에서 종교성을 배제해야 한다. 많은 기공단체에서 기공의 신비적 요소를 강조하여 종교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는 기공에 대한 오해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문제까지 야기시킨다. 가정파탄, 재산 갈취, 인력 약탈, 사회 이탈, 유파간의 분쟁 등등이 흔히 기공의 종교화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다.
기공을 만인 공통의 관심사인 심신 건강만을 위한 것으로 발전시킬 때 대중적으로 유익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기공에 대한 과학적 접근 태도이다. 기공을 미신과 사기술에서 구출하여 새로운 현대 세계에 발맞추어 크게 발전시키려면 기공의 공법과 효능 등을 과학적으로 조명하고 데이터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보이지 않는 기의 세계를 모두 수치화하고 과학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기의 세계를 모호하고 신비적인 베일 속에 가두어만 둔다면 인류의 장구한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없을 것이다.

넷째, 기공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랑의 마음을 키우고 간직하는 것이다. 기공 수련과 치료에서 사랑과 미덕의 덕목을 뺀다면 한낱 기계적 치료술과 다를 바가 없다. 기공을 진정한 인간적 치료술로 승화시키려면 철저히 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공인은 성실하고 꾸준한 자기 수행을 통해 스스로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거듭나서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 행복하고 건강한 모습 자체가 사회를 밝히는 치유의 빛이 되어야 한다.



 
- 참고문헌 -
미우라 구니오(三浦國雄), 이승연 옮김, 주자와 기, 그리고 몸, 예문서원, 2003
이동현, 건강기공, 이동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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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ao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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